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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록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인생수업

by 에일린봄봄 2022. 8. 22.

저자 소개 : 에디 제이쿠 Eddie Jaku

1920년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나 유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나치가 정권을 잡은 1933년 이후부터 에디의 인생은 그 전의 삶과 완전히 달라졌다. 에디는 라이프니츠 김나지움에 진학한다. 하지만 유대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겨난다. 완강한 성품의 에디의 아버지는 자식이 쫓겨난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에디의 아버지는 라이프치히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곧 아들의 진학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짜냈다. 그렇게 에디는 '발터 슐라이프'라는 독일인 고아 신분으로 위장해 겨우 기계공학 대학에 입학하고 5년 동안 공부해 의료기기 제작사에서 일한다.

 

1938년 11월 9일 에디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부모님을 뵙기 위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비밀리에 고향에 방문한다. 하지만 부모님을 만난다는 기쁨도 잠시 그곳에서 에디는 나치 돌격대에 붙잡혀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로 이송된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고난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에디는 1938년 11월 9일을 자기 인생의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날이라고 말한다. 에디가 고향을 방문한 그날 밤은 바로 악명 높은 '크리스탈나흐트', 즉 '수정의 밤'으로, 나치의 준군사 조직인 나치 돌격대가 유대인의 집과 상점 그리고 회당을 약탈하고 파괴한 뒤, 산산조각 난 파편이 거리에 어지럽게 흩어진 광경을 따서 이름 붙인 바로 그날이었던 것이다.

 

밤에 평화롭게 잠을 자다가 갑자기 쳐 들어온 나치에게 끌려가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에디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 있는 수용소에 감금되었다. 그는 여러번 탈출하고 다시 잡히고를 반복하다가 하늘의 도우심으로 가족들을 만난다. 11개월 동안 잘 숨어 살았지만, 이웃의 밀고로 발각되어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에 강제 이송된다.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결국 부모님은 가엾은 삶을 마감하셨다. 그로부터 1년 3개월 뒤인 1945년 5월까지 에디는 인간 이하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종전 후 에디는 벨기에에서 난민으로 살면서 결혼했다. 그리고 호주로 이주해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업에도 성공한다.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고통이기에 홀로코스트 경험은 자식에게조차 말하지 못했었다. 에디는 노년이 되어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1992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시드니 유대인 박물관에서 홀로코스트 경험담을 강연하는 봉사 활동을 했다.

 

에디는 2021년 10월 12일 102세의 나이로 시드니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 말은 에디 제이쿠가 한 말이다.

이 한 문장의 말에 담겨있는 큰 뜻이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도 느껴졌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책은 많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 책도 비슷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 더 힘이 느껴졌고 고통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인 자신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사람은 나치군과 극우파 폭력배들만이 아니라고 말이다. 평범한 시민, 에디가 태어나기 전부터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끔찍한 폭력과 약탈에 가담했다고 한다. 에디와 어릴 적 같이 지내던 친구와 이웃들은 자신들이 잡아온 유대인들 - 어릴 적 본인들의 친구고 이웃이었던- 을 살얼음이 낀 강물 속으로 던져버리고 차가운 강물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는 유대인을 조롱했다. 자신들을 조롱하는 얼마 전까지도 친구고 이웃이었던 독일인을 바라보는 에디와 다른 유대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에디는 그 독일인들의 행동은 광기라고 표현한다. 광기가 아니라면 문명사회에사는 이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내던졌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리렀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은 그것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나는 생각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만들었을까? 독일인들은 스스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글을 읽으며 내가 만약 그 시대의 독일인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도 독일인 중에서 이러한 이유없는 유대인에 대한 분노와 폭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을 제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디는 말한다. 만약 동의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그만둡시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왜들 이러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면, 역사는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끔찍했던 '수정의 밤'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고통이 너무나 컸기에 에디는 자식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년에 들어서야 이 이야기를 했을때 에디의 자식들도 너무 놀랬다고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에 말이다.

에디는 사람들에게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알리는 강의를 했다. 사람들은 에디의 고통스런 삶을 들으며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에디의 이야기에서 삶의 희망을 가졌고 용기를 가졌다. 

 

에디의 결혼기념일은 4월 20일이다. 그날은 또 히틀러의 생일이기도 하다. 에디는 사랑하는 아내와 저녁 시간에 과자를 곁들여 차 한잔을 할 때면, 자신이 아주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히틀러는 땅속에 있고, 자신은 아직 여기 살아서 행복을 느낀다. 이것이 에디가 히틀러에게 하는 진정한 최고의 복수라고 한다. 그리고 에디가 하고 싶은 유일한 복수는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디는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냈고,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며 고통속에서도 희망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행복하게 이 세상에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