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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록

살고 싶다는 농담, 오늘도 열심히 버티는 이들에게

by 에일린봄봄 2022. 8. 21.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

내가 허지웅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처음에는 작가라는 것도 몰랐다. 젊은 분이신데 뭔가 생각하는 게 일반 젊은 사람들이랑은 다른 것 같다 정도로 생각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브이를 보다가 왜 저 사람 점점 얼굴이 붓고 있는 거 같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 후 그가 림프종이라는 혈액암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지웅 작가는 원래 기자로 필름 2.0 , 프리미어, GQ에서 일했었다.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소설 개포동 김갑수 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오늘도 열심히 버티고 사는 이들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농담' 이 책은 허지웅 작가가 2018년 12월 악성림프종을 진단받고 2019년 8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은 후 다시 건강해진 후 쓴 첫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들은 더 큰 힘이 있고 그만큼 독자들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총 3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25개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 이야기들 안에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하루하루 버티고 사는 이들을 향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스스로가 삶의 큰 시련을 이겨냈기에 작가가 던지는 말이 사람들에게 더 진실되게 다가간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작가 허지웅의 신작은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삶을 더 깊게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사람을 위로하는 그의 말에는 그 전과 비할 수 없는 더 큰 힘이 실려있다. 이 책은 그가 힘든 치료를 마친 후 첫 책이라 그런지 그전에는 다소 까다롭고 차갑게 느껴졌던 허지웅 작가였는데 책을 읽으며 '이 사람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책을 읽고 : 아픔을 이기고 살아주어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항암 중이었을 때다. 나는 작년 2021년 8월 허지웅 작가와 똑같은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이 진단을 받기까지 3달을 수많은 검사를 받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골수검사도 받았다. 진단을 받기까지도 너무 어려웠는데 진짜는 진단을 받고부터였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망했는데"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 그 한마디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첫 파트의 제목은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였다. 그래서 난 저 말 한마디가 더 공감이 되었다. 내가 아프면서 느꼈던 것은 사람은 웬만해서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 한 이야기에서 작가는 천장과 바닥 사이에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작가는 그 사이 공간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내가 그것을 경험했기에 작가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 공감이 되었다. 천장이 나를 누르고 바닥으로는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냥 이대로 죽는 게 제일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저 눈만 뜨고 숨만 겨우 몰아쉴 뿐 시체나 다름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 컨디션이 좋아지면 나는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었다.

작가가 담담하게 자신이 겪었던 항암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지금의 이 고통들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서 저렇게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항암의 "항"자만 들어도 속이 안 좋았다. 구역질이 나왔고 어지러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는 알았다. 시간이 약이었던 것이 아니라 작가가 끝까지 버티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통의 시간들을 외면해 버리고 약하게 행동했던 것이 아니라 그 고통들을 용감하게 받아 안고 이겨냈기 때문에 담담히 그 시간들을 고백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만 버티고 사는 게 아니다. 나만 재수가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어떠한 형태로든 어려움은 각자 모두에게 닥치고 우리는 하루하루 그 삶을 잘 버티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억울할 것도 없었다. 나에게 온 이 몫을 잘 버티어 나가면 되고, 작가의 말대로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이제는 나의 끔찍했던 저 시간들을 사람들에게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 아픈 시간이고 다시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 역시 작가처럼 용감하게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겨냈다.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잘 살아주고 계신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내 자신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